대안학교에 오는 학생들은 단순히 학교(학업)부적응이 문제가 아닙니다. 심리·정서적으로 깊은 상처를 가진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이런 아이들에게 우리가 먼저 해줘야 할 것은 ‘너도 할 수 있어’라고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네 마음이 어떤지 알고 있어’라고 공감하는 겁니다. 정서적 안전감이 확보되지 않으면, 학습은 물론이고 사회적 관계 형성조차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배기태 교장은 현재 서울시 지정 학력인정 대안학교인 나우학교 교장으로, 오랜 기간 청소년들의 심리·정서 회복과 대안교육을 위해 힘써왔다. 그는 2015년부터 2022년까지 ‘마음사랑학교’(사단법인 키움과채움)를 설립하고 운영하며, 대안학교가 단순히 학력을 인정해주는 곳이 아니라 학생들의 심리적 안정을 위한 치유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마음사랑학교를 운영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심리적 안정이 없는 배움은 오래갈 수 없다’는 원칙이었습니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대안학교 학생들은 대개 부정적 자기 개념을 형성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 아이들이 자기 개념을 긍정적으로 재구성하기 위해선 먼저 신뢰할 수 있는 대상이 필요합니다. 저도 자녀를 둔 학부모로서,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안전한 환경에서 자라날 때 얼마나 큰 힘을 얻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결국 대안교육의 본질은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안전하다고 느낄 때 학습도, 삶도 회복된다는 점이에요."
이러한 노력의 결과, 마음사랑학교는 서울시 위탁형 대안학교 중 우수기관으로 선정되었으며, 심리·정서 치료와 학력 인정이 결합된 혁신적인 모델로 평가받았다. 그리고 배 교장은 2024년 대한민국 청소년대상 지도자 부문을 수상하며, 대안교육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입증했다.
대안교육의 새로운 방향, 심리정서 회복과 함께 가야 한다.
배 교장은 대안학교 학생들의 상당수가 심리적 트라우마, 정서적 불안, 낮은 자존감을 경험하며, 단순한 학습 지원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안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안교육이 성공하려면 ‘학업을 이어가게 해주는 것’만 목표가 되어선 안 됩니다. 오히려 ‘이 아이가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감정을 다루는 법을 배우고,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제예요. 정신분석적으로 볼 때, 대안학교 학생들은 자기 대상(self-object)이 불안정한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 외부 세계와의 관계를 맺는 방식에도 왜곡이 생깁니다. 따라서 일관성이 있고, 안정적이며 예측 가능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이러한 교육 철학을 바탕으로 대안교육과 심리정서 지원을 결합한 모델을 확립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상담이 아니라, 자신이 누구인지 탐색하고 내면을 돌아볼 기회를 주는 겁니다. 메타인지(meta-cognition) 능력을 키우도록 돕는 것이죠. 이를 위해 교사도 심리적 역량을 키워야 합니다. 이제는 대안학교 교사들이 교육 전문가이면서 동시에 심리적 개입이 가능한 멘토가 되어야 합니다."
그는 대안교육을 위한 교사들의 전문성 강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교사들은 심리치료적 접근을 이해하고, 학생들의 감정을 다루는 기술을 익혀야 한다.
"심리학에서는 정서 조절(emotional regulation)이라는 개념이 있어요. 간단히 말하면,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조절하는 능력입니다. 대안학교 학생들은 이 능력이 결핍된 경우가 많고, 감정을 다룰 언어적 표현력이 부족합니다. 따라서 교사들은 단순한 학습 지도자가 아니라, 감정 코칭이 가능한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2024 대한민국 청소년대상 지도자 부문 수상,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
2024년 대한민국 청소년대상 지도자 부문을 수상한 배 교장은, 이 상이 단순한 개인적인 성취가 아니라, 대안교육의 가치가 사회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대안교육이 정말 필요한 아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이 인정받은 것 같아 기쁘면서도 책임감을 느낍니다. 앞으로는 더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단순한 행동 교정이 아니라, 학생들이 자기 서사를 재구성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입니다."
현재 그는 나우학교에서 심리·정서치유를 위한 새로운 대안교육 모델을 개발하고 있으며, 키움과채움을 통해 대안교육과 심리정서 지원을 결합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대안교육은 끝없는 연구와 실천이 필요한 분야입니다. 저는 앞으로도 대안학교 학생들의 심리적 안정과 성장을 돕기 위해 교육과 심리학을 결합한 새로운 방식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실천할 계획입니다."
배기태 교장은 현재 서울시 지정 학력인정 대안학교 나우학교의 교장이자, 여성가족부 비영리사단법인 ‘키움과채움’의 상임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배기태 교장 주요 이력
전) 서울시교육청 지정 학력인정 대안학교 마음사랑학교 설립자, 대표교사
현) 서울시교육청 지정 학력인정 대안학교 나우학교, 교장
현) 여성가족부 비영리사단법인 키움과채움, 상임이사
현) 한국직업능력교류협회, 사무국장
수상) 2024대한민국 청소년대상 지도자 부문 수상
그는 앞으로도 심리정서 회복을 기반으로 한 대안교육의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대안학교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학력 인정(학습)이 아니라, ‘나는 괜찮은 사람이다’라는 자기 확신입니다. 이를 건강한 자기대상 경험(self-object experience)이라고도 부릅니다. 대안교육이 사회적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연구와 실천이 필요합니다."
오하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