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55원을 돌파하며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 3월 이후 15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 지연 전망과 글로벌 달러 강세가 겹치면서 원화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날 달러인덱스는 전날보다 0.04% 상승한 108.17을 기록하며, 2022년 11월 10일(110.99) 이후 약 2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가 계속 상승하면서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를 넘어 추가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역대 1,400원대의 고환율 흐름은 통계 작성 이래 네 번째로, 이전 경제위기 시기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고가 기준)이 1,400원을 넘었던 사례는 △1997년 외환위기(최고 1,995원)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최고 1,597원) △2022년 레고랜드 사태(최고 1,444원) 등이다. 당시 고환율 국면은 각각 6개월, 6개월, 2개월 만에 안정세를 찾았지만, 현재 환율은 11월 초순 이후 1,400원대에서 지속적인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해외 투자은행(IB)들 또한 고환율 장기화에 대한 우려를 내놓고 있다. 골드만 삭스는 연준의 매파적 기조로 인해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시점이 지연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무라연구소는 내년 2~3분기 중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돌파할 가능성을 전망했으며, 크레디 아그리콜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가능성을 언급하며 국고채 금리 상승을 예상했다.
더불어민주당 안도걸 의원(광주 동남을, 전 기획재정부 차관)은 “연준의 매파적 기조와 글로벌 달러 강세로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1,400원대와 1,450원대를 넘어섰다”며 “1,400원대 환율이 ‘뉴노멀’로 자리 잡을 우려가 크다”고 진단했다.
또한 안 의원은 고환율이 초래하는 경제적 부담을 경고했다. “수입물가 상승과 함께 수출 제조기업의 원자재 원가 부담이 가중되면서 수익성 저하가 우려된다”며 “외화 채무가 많은 금융기관들은 원리금 상환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안 의원은 정부의 적극적인 환율 안정 조치를 촉구했다. 그는 “국민연금이 해외자산을 매각하고 국내 자산을 매입하는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며 “국민연금과 한국은행 간 외환스왑 기한을 연장하고, 발행 한도를 현행 500억 달러에서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 한도 10% 조건을 연장해 시장에 달러를 공급하는 등의 특단의 대책을 신속히 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