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이 지난 10월 세 차례 평양 상공으로 무인기를 보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같은 달 한국정책방송(KTV)이 이은우 원장 지시로 '북한 기습 도발 시 생방송 제작(안)''아래 사진 참조'을 만든 사실이 확인됐다. KTV가 사전에 누군가로부터 평양 무인기 침투로 인한 국지전 발발 가능성을 전달받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이기헌 의원(정보위원회/경기 고양시병)은 “KTV가 이은우 원장의 지시로 지난 10월16일 '북한 기습 도발시 생방송 제작(안)'을 만들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KTV가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서와 자료 등을 종합해 보면, 이은우 원장은 지난 10월10일 정례제작회의에서 ‘북한도발 대응 매뉴얼 보완 여부를 확인’하면서 전시상황에서 출연자 풀을 확보해 보라는 구두지시를 내렸다. 이에 KTV 방송보도부는 10월16일 ‘북한 기습 도발시 생방송 제작안’을 만들어 보고했다.
KTV는 북한 기습 도발시 정부 대응 방안 및 국민 대피 요령 등 신속 보도를 위해 생방송 제작안을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제작(안)에 따르면 북한 기습 도발 시 일과시간(09:00~20:30), 야간(20:30~09:00), 휴일로 나눠 KTV특보를 내보내고, 대통령실, 국방부 등 출입기자를 주야 2교대로 24시간 운영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북한 도발 관련 KTV특보에 출연할 전문가 8명도 섭외했다.
KTV측은 “지난 7월경 이은우 원장 지시로 준전시 상황, 전시상황을 포함한'KTV 재난대응시스템 매뉴얼''아래 사진 참조'을 만들었고, 원장이 전시상황에 대한 매뉴얼을 좀 더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며 “10월 들어 남북관계가 심하게 경색되자 이은우 원장이 북한 도발 대응 매뉴얼 보완 여부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KTV는 ‘남북관계가 심하게 경색된 사건’에 대해 ‘북한 무인기 사건’을 들었다. 그런데 이은우 원장이 북한 도발 대응 매뉴얼 보완 여부를 보도부에 확인?지시한 날짜는 10월10일(목) 정례제작회의 자리에서다. 이날은 북 외무성이 무인기 침투 사건을 공식 발표(10월11일)하기 하루 전날로, 북한 무인기 침투 사건 때문에 매뉴얼을 만들라 지시했다는 KTV 해명과 날짜가 맞지 않는다.
이기헌 의원은 “재난방송 주관방송사도 아니고, 정부 사업을 지원하는 방송 제작 및 송출업무를 하는 KTV가 7월부터 준전시, 전시상황을 염두에 둔 생방송 매뉴얼을 만드는 것도 이상하고, 10월 무인기 사건이 채 알려지기도 전에 북한 기습 도발을 염두에 둔 생방송 제작안을 만든 게 매우 수상하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KTV가 사전에 누군가로부터 평양 무인기 침투로 인한 국지전 발발 가능성을 전달받거나, 계엄 준비 상황을 전달받은 게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12월3일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를 생중계한 KTV가 이번 계엄에도 깊숙이 관여된 게 아닌지에 대해서도 수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